100km 행군.
2009년 3월 19일 09:00 ~ 동년동원 20일 18:30
그날 아침은 비가 내렸다. 많이 내리지 않았다.
덕분에 날은 선선했다.
행군하기에는 적합한 날씨였다.
100km 행군이 시작됬다. 행군전 도레미 초콜릿과 홍삼진 액기스,
육포3통, 믹스넛2개, 투유 초콜릿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보통 행군과 비슷하게 50분 이동후 10분 휴식.
19일 12:00 즈음에 9소초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고추참치 덮밥이었다. 매우 다행스러웠다. 밥이 맛이없으면,
자연히 안먹게되고 그러면 힘이 안나기 때문이다.
13:30, 다시 행군이 시작되었다. GOP라인은 언덕도 많고 경사도
있어서 결코 쉬운행군 코스는 아니었다.
18:30, GOP라인코스가 끝나고 72연대 수색중대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은 카레밥이었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온 고추참치와
맛다시로 밥을 먹었다.
19:30, 다시 행군이 시작되었다. 이젠 점점 말수도 줄어들고,
다들 조금씩 힘들어한다.
22:00, 두포리 대대에서 잠깐 휴식했는데 양말을 벗어보니
오른쪽 새끼발가락에 물집이 잡혔다. 아직 22시간이나 남았는데,
라고 생각하니 막막했다. 너무 아파서 그자리에서 칼로 쨌다.
물빼내고 걸으려니 너무 아팠다. 진통제 2알을 먹었다.
아픈발을 이끌고 다시 행군을 시작했다.
20일 01:00, 채석장 앞에서 휴식을 했다. 너무 추웠다.
채감온도 -10도 이상은 됬을것이다.
야식으로 육개장 사발면하고 빵, 따듰한 캔커피를 마셨다.
진짜 꿀맛이었다. 02:00까지 한시간 남짓동안 30분동안 먹고
20분동안 잤다. 그렇게 추운데도 땅바닥에 누우니 잠들었다.
입돌아갈까봐, 황사때문에 준비해간 마스크를 잘때 하고 잤다.
02:00, 이제 첫번째 고비다. 채석장에서 시작되는 산길은 한터고개
까지 쭈욱 이어진다. 힘든 산길을 걷는데도, 너무 피곤하니까,
졸게된다. 03:30분 쯤인가 후임이 날 깨웠다. 걷는도중에
내가 멈추길래 봐보니 졸고있었다고 했다.
길을 걷다가 멈춰서 졸다니, 발이 그렇게 아프고 힘들어 죽겠는데도
잠이오니까 그렇게 되는거 같다. 앞을보니 다들 갈지자 걸음이다.
조용히 다들 산길을 걸었다.
04:00, 두번째 고비 한터고개다. 아침에는 감악산을 올라야한다.
이것쯤은 별거아니다 라는 생각으로 걸었다. 초콜릿하고 땅콩을
막 씹어먹었다. 졸지않기위해, 그리고 분노의 표출이었다.
한터고개를 지나, 감악산 아래 주차장에 도착하니 05:40분 정도
되었다. 다들 거기서 아침밥이 추진올때까지 쉬었다.
체감온도는 -20도 이상. 새벽에 비가왔었는데 그거때문인지 땅이
너무 차가웠다. 그래도 누우니 잠들었다. 후훗. 20분자고 너무 추워
깨어났다. 다들 자고 있는데 얼굴이 다 하얗다. 입술은 파랗다.
근데 다들 잘 잔다. 새삼 느낀다. 인간은 정말 대단하다. 특히,
그중에 군인이란 인간들은 더 하다.
아침밥을 먹고 07:00, 감악산을 넘기 시작했다.
너무 힘들었다. 그때까지 아껴둔 육포를 막 씹었다.
초강력 아이템답게 힘이 막 일어났다. 내가 감악산을 오른건
육포 덕택일 것이다.
08:30, 감악산을 점령했다. 너무 기뻤다. 여기저기서 환호하고
사진찍고 난리쳤다.
세번째, 마지막 고비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제 10시간.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게 있었다. 바로 내리막길.
무지막지한 경사의 시멘트 내리막길. 그게 진정한 난관이었다.
내려오는길도 1시간 이상걸렸다. 다들 너무 힘들어했다.
사실 난 어제 22:00부터 지금까지 전투화 안 벗고 계속 행군을 했다.
힘 빠질까봐. 발이 너무 아팠다. 13:30분에 점심식사를 할때.
14시간만에 전투화를 벗고, 양말을 벗었다. 땀에 쩔어 발은 불었고,
양발은 물집투성이었다. 발이 사람발이 아니고 코끼리발이다.
부어서 발크기가 2배가 되었다. 이런발로 지금까지 걸었다니,
나도 정말 대단하다고 그때 느꼈다.
14:30분 이제 5시간 남짓남았다(도착예정은 19:30). 힘을 냈다.
한발자국, 한발자국. 한계다. 미칠듯한 고통이 엄습한다.
이제 전입온 신병들을 보니 이막물고 한다.
애들보는데 웃으면서 걸었다. 쪽팔릴까봐.
18:00. 대대가 보인다. 욕이 절로 나온다.
기분은 좋은데 욕이 나온다. 위병소 밖까지 도열하러 병사들이
나왔다.
18:30분 도착했다.
도열받으면서 올라갔다. 대대장을 비롯, 모든 간부들이 나왔다.
내 동기들도 있고, 스피커에서 군가가 흘러나오고 있다.
눈물이 날뻔했다. 후훗.
대대장한테 신고하고 식당가서 맥주를 빨았다.
이렇게 맛있는 맥주는 또 처음이다.
유격? 쉬운거다.
전술훈련? 더 쉬운거다.
집체교육? 말할 가치도 없다.
다음에 또 하라고 하면 못할것 같다.
내 자신의 한계에 한번 맞서싸워본 추억이다.
언제 걷다가 멈춰서 졸아볼것이며, 언제 동사할뻔 해볼까,
생각하면서 좋게좋게 넘어가야겠다.
이런거 안해도 잘만 살아갈텐데, 하는 생각하면 개고생한거고,
좋게 생각하면 좋은 경험한거다.
모르겠다.
잠이나 자야겠다.
내 싸이에 올린 다이어리에서,
암튼...군대는...
삭제는 안당했으니, 그걸로 만족해야겟삼...
